9명으로 이루어진 자동화 회사가 노션을 버리고 사내 ERP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세금계산서 발행, 명함 등록, 입금 확인, 재직증명서까지 전부 자체 시스템에서 돌아갑니다. 메뉴 하나 만드는 데 한 시간, 비결은 Claude Code로 그때그때 짜는 바이브 코딩입니다. 쓰던 SaaS 구독은 하나씩 해지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토스에서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다 둘째가 생기면서 창업으로 방향을 튼 사람이 있습니다. 윤용승 대표, 자동화 브랜드 윤자동을 운영하죠. 1인 기업으로 3~4년을 보내다 지금은 본인 포함 아홉 명이 자동화 에이전시와 교육 사업을 함께 합니다. 이 글은 빌더 조쉬(Builder Josh)의 하우아이 AI 팟캐스트에 그가 출연해 사내 시스템 '윤비서'를 시연한 2026년 5월 22일 영상을 정리한 것입니다.
노션을 버린 이유
작은 기업이 ERP를 따로 구축하는 건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많은 팀이 노션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ERP처럼 쓰죠. 윤자동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파워풀하게 쓰려 할수록 기성 제품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데이터와 뷰가 많아지면 느려지고, 모바일에서 쓰기 어렵고, 관계형 데이터가 얽히면 노션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은 손대기 힘들어졌거든요.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AI 성능이 이만큼 좋아졌는데, 노션으로 안 풀리는 불편한 부분을 직접 만들어 쓰면 어떨까. 그렇게 두어 달 추정하고 만들고 쓰기를 반복한 결과가 사내 시스템 윤비서입니다. 큰 기업 회장·사장에게 비서가 있듯, 고정비 없이 쓸 AI 비서를 만들자는 발상이었죠.
하루 만에 만든 두 개의 메뉴
처음 만든 건 딱 두 개였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와 고객 관리. 할 일은 각자 알아서, 일정은 구글 캘린더, 메모는 노션에 두고 핵심 두 개만 하루 만에 만들어 다음 날 직원들에게 뿌렸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스템이 불어났습니다. AI 바이브 코딩으로 짜다 보니 메뉴 하나에 보통 한 시간. 기능이 필요하면 그때 만들고, 불편하면 바로 고쳐 쓰는 식이죠. 두 달 만에 메뉴는 스무 개 안팎, 관리하는 프로젝트는 120개를 넘겼습니다.
그가 자동화의 기준으로 삼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불편한 것만 자동화한다." 불편하지 않으면 굳이 손대지 않는다는 겁니다.
윤비서가 떠안은 일들
이 한 문장이 기능 목록으로 그대로 옮겨졌습니다. 불편했던 일이 하나씩 메뉴가 된 셈이죠.
대표 예가 미팅 녹음입니다. 전 직원이 Plaud라는 AI 녹음 기기로 매일 녹음하는데, 150일 동안 하루 평균 3.5시간 분량이 쌓였습니다. 녹음이 끝나면 노코드 자동화 도구 Zapier가 받아 윤비서로 넘기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견적서 발행이나 할 일 생성으로 이어집니다.
명함도 마찬가지입니다. 받은 명함을 찍으면 OCR로 읽어 주소록에 넣고, 구글 컨택트 API로 본인 핸드폰 연락처까지 자동으로 생깁니다. 이메일·사무실 주소도 함께 들어가죠. 비용은 한 번 인식에 0.1원도 안 되고, 한 달 내내 써도 50원 남짓이라고 합니다.
돈 흐름도 시스템 안에 있습니다. 입금되면 핸드폰에 뜨는 은행 푸시 알림을 자동으로 잡아 윤비서로 쏴 주고, 매출은 프로젝트에서 등록한 값과 함께 집계됩니다. 세금계산서는 홈택스와 연동돼 내용만 채워 발행 요청을 누르면 실제 발행까지 자동입니다. 대표가 직접 하지 않고 담당 직원이 각자 처리하죠.

극단적인 예는 재직증명서였습니다. 직원이 은행 제출용으로 발급을 부탁하자, Claude Code를 열어 "재직증명서 발급 메뉴 만들어 줘" 한 줄. 30초 만에 메뉴가 생겼고, 그 뒤로 직원들은 대표에게 발급을 부탁하지 않습니다. 📄
데이터를 한곳에 모은다
기능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모든 데이터가 한곳에 모인다는 점입니다. 프로젝트·고객·회의록·매출·이메일이 윤비서 하나에 쌓이고, 파일은 S3 대신 구글 드라이브 API로 묶어 트래픽 비용과 보안 문제를 함께 풀었습니다.
진짜 힘은 여기에 Claude Code를 연결하면서 나옵니다. 윤비서의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Claude Code가 당겨 쓰게 해 두니, 클라우드에 있는 데이터도 로컬처럼 바로 불러와 분석하고 조언해 줍니다. 요즘은 MCP보다 구글 워크스페이스 CLI를 더 많이 쓴다고 합니다.
활용 방식이 단순 조회를 넘어섭니다. 들어온 이메일을 자동 분류하고, 답장이 필요한 건만 골라 본인 말투에 맞춰 초안을 쓰고, 사람 결정이 필요할 때만 되묻습니다. 매출 데이터를 던지며 "다음 달 매출을 두 배 올리려면 어떤 전략이 좋을지 짜 줘"처럼 컨설턴트를 쓰듯 묻기도 하죠. 계약이 불발되면 제안서와 미팅록을 통째로 넘겨 실패 원인을 분석시킵니다.
결국 핵심은 도구가 화려한 게 아니라 데이터를 한곳에 모았다는 데 있습니다. 흩어진 정보를 매번 말로 요약해 전달하면 맥락이 새지만, 모든 대화와 기록이 한 곳에 있으면 에이전트가 제대로 일하거든요. Claude Code를 회사의 페어링 에이전트처럼 쓰는 모습이 AI 네이티브 기업의 한 형태로 보입니다.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
윤비서는 아침 7시에 그날 일정을 알리고, 저녁 6시엔 개발팀이 GitHub에 푸시한 내용을 모아 '1일 진행 보고'를 자동으로 정리합니다. 사람이 하던 보고를 이제 사람이 아예 안 하기도 하죠.
대표가 거듭 강조한 건 효율보다 구조였습니다. 견적서를 보낸 뒤 회신이 없으면 일주일 뒤 자동으로 할 일이 생기고, 마감 30분 전 알림이 오고, 마감을 넘기면 할 때까지 알림이 이어집니다. 기억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나를 일하게 만든다 — 그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입니다.
이게 가능해진 배경은 분명합니다. 2~3년 전이라면 만들 엄두도 못 냈을 시스템을, 이제는 필요할 때 바로 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동안 구독하던 SaaS를 하나씩 해지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견적서는 1분, 세금계산서는 좋은 API가 많아 금방 — "만들면 되는 시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윤비서의 다음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주변 대표들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여, 우선 파일럿으로 제공해 보고 SaaS로 키울지 회사마다 맞춤 개발할지 가늠해 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