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시넥은 TED 무대에서 애플·라이트 형제·마틴 루서 킹의 공통점을 한 장의 그림으로 풀어냈습니다. "사람은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왜 하는지를 산다" — 이 한 줄이 그가 정리한 골든서클의 결론이죠.
18분짜리 짧은 강연 한 편으로 Start With Why 라는 책과 동명의 운동을 만들어 낸 영상입니다. 사이먼 시넥은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던 작가로, 2009년 9월 TEDxPugetSound 무대에 이 골든서클 모델을 처음 들고 올라왔습니다. 같은 해에 출판한 책 Start With Why 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이 강연 영상은 그 뒤로 TED 사상 가장 많이 본 강연 중 하나로 자리 잡았죠. 본인 표현으로는 "위대한 리더와 조직이 사람을 움직이는 방식을 코드화한 것" 이 자신이 한 일의 전부라고 합니다.
골든서클 — Why · How · What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조직은 자신이 무엇(What) 을 하는지 압니다. 일부는 그걸 어떻게(How) 하는지도 알죠. 차별화 가치 제안이니, 고유 프로세스니, USP니 부르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왜(Why) 그 일을 하는지를 또렷이 아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여기서 "왜"는 돈을 벌기 위해 가 아닙니다. 그건 결과죠. 시넥이 말하는 "왜"는 목적이고, 신념이고, 명분입니다.
- 왜 아침에 일어나는가?
- 그리고 그게 왜 누군가에게 중요한가?
대부분의 사람과 조직은 바깥에서 안으로 생각하고 말합니다. What → How → Why 순으로, 가장 또렷한 것에서 가장 흐릿한 것 쪽으로 가는 거죠.
반대로 영감을 주는 리더와 조직은 규모·산업과 상관없이 안에서 바깥으로 생각하고 말합니다. 이 순서의 차이가 강연 전체의 골격입니다.
"우리는 좋은 컴퓨터를 만듭니다" — 그리고 애플이 실제로 말하는 방식
시넥이 가장 단순한 예로 드는 게 애플입니다. 만약 애플이 다른 회사들처럼 말한다면 메시지는 이렇게 나올 겁니다.
"우리는 좋은 컴퓨터를 만듭니다. 디자인이 아름답고, 쓰기 쉽고, 사용자 친화적이죠. 한 대 사시겠어요?"
대부분의 마케팅이 이런 식입니다. 무엇을 만드는지 말하고, 어떻게 다른지 말하고, 그러니 사 달라고 하죠. 별 감흥이 없습니다.
애플이 실제로 말하는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우리는 현 상태에 도전한다고 믿습니다.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믿죠. 우리가 현 상태에 도전하는 방식은 제품을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쓰기 쉽게 만들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좋은 컴퓨터를 만들게 됐죠. 한 대 사시겠어요?"
같은 사실을 순서만 뒤집었을 뿐인데 무게가 달라집니다.
같은 방 안의 사람들이 애플에서 컴퓨터를 사는 데도, MP3 플레이어·전화·DVR을 사는 데도 똑같이 거리낌이 없다는 사실 — 시넥은 그게 이 순서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게이트웨이가 평면 TV를 만들고, 델이 MP3 플레이어와 PDA를 만들었지만 누구도 사지 않았던 것과 정확히 대비되죠.
사람들은 당신이 무엇 을 하는지를 사지 않습니다. 당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를 삽니다.
사람의 뇌가 그렇게 생겨 있다
여기까지가 의견이라면 별 무게가 없을 텐데, 시넥은 이게 심리학이 아니라 생물학 이라고 못 박습니다. 사람의 뇌는 골든서클과 거의 정확히 대응되는 세 층으로 나뉜다는 거죠.
- 신피질 (Neocortex) ↔ WHAT합리적·분석적 사고와 언어를 담당. 우리가 흔히 '머리로 안다'고 말하는 부분
- 변연계 (Limbic brain) ↔ HOW · WHY신뢰·충성 같은 감정, 그리고 모든 행동·의사결정을 담당. 결정적으로, 언어 능력이 없음
바깥에서 안으로 말하면 — 기능과 수치를 잔뜩 늘어놓으면 — 신피질이 그 정보를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게 행동까지 이끌지는 못한다는 거죠.
안에서 바깥으로 말하면 행동을 결정하는 뇌 부위에 직접 말을 거는 셈이고, 그러고 나면 사람들이 우리가 한 구체적 말과 행동으로 그 결정을 합리화합니다.
"머리로는 다 알겠는데 어쩐지 느낌 이 안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합니다. 결정을 담당하는 뇌가 언어를 다루지 못하니, "잘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이라는 거죠.
라이트 형제와 새뮤얼 랭글리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을 먼저 해낸 이야기로 시넥은 같은 패턴을 다시 짚습니다. 20세기 초의 동력 비행은 그 시대의 닷컴 같은 영역이었고, 그 경주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라이트 형제가 아니라 새뮤얼 피어폰트 랭글리 였습니다.
라이트 형제의 꿈을 믿었던 사람들은 함께 피땀을 흘렸고, 랭글리의 팀은 월급 때문에 일했습니다. 1903년 12월 17일 라이트 형제가 하늘에 떴고 — 그 자리엔 아무도 보러 와 있지 않았습니다.
랭글리가 정말로 잘못된 동기에 끌렸다는 증거 한 가지가 있다고 시넥은 덧붙입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그날, 랭글리는 그만뒀습니다. "대단한 발견이군, 내가 그 기술을 더 발전시켜 보겠네"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죠. 그는 첫 번째가 아니었고, 부자가 되지도 유명해지지도 않았으니까요.
"I have a dream" — "I have a plan"이 아니다
1963년 여름,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 25만 명 이 모였습니다. 초대장도 없었고 날짜를 확인할 웹사이트도 없던 시절입니다.
마틴 루서 킹 박사가 그날 미국에서 유일한 위대한 연설가였던 것도 아니고, 차별의 아픔을 겪은 유일한 사람도 아니었죠. 시넥의 말로는 킹의 일부 아이디어는 오히려 별로였다 고 합니다.
그가 가졌던 것은 한 가지였습니다 — 바뀌어야 할 것 을 말하는 대신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를 말했다는 것. "I believe, I believe, I believe" 라고 사람들에게 말했고, 그가 믿는 것을 함께 믿는 사람들이 그 명분을 자기 것으로 받아안았습니다.
8월 한낮의 워싱턴까지 버스로 여덟 시간 을 달려간 사람들이 거기 모인 건 킹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죠. 청중의 25%가 백인이었다는 사실 이 그걸 보여 줍니다. 흑백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들이 미국에 대해 믿는 것을 위해 모였다는 거죠.
시넥이 거의 말장난처럼 덧붙이는 한 줄이 있습니다.
그는 "나에게 꿈 이 있다(I have a dream)"라고 했지, "나에게 계획 이 있다(I have a plan)"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12단계로 정돈된 정책 발표문으로는 사람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거죠.
혁신 확산의 법칙 — 믿음이 캐즘을 건넌다
이 모든 이야기가 왜 중요한지는 혁신 확산 법칙 으로 묶입니다.
- 2.5% — 혁신가(innovators)
- 13.5% — 얼리어답터(early adopters)
- 34% + 34% + 16% — 전기 다수 · 후기 다수 · 지각 수용자
매스마켓의 수용을 얻으려면 인구의 15~18% 지점 을 통과해야 시스템이 기울고, 그 전까지가 제프리 무어가 말한 캐즘(chasm) 입니다.
이 캐즘을 건너는 건 직감으로 결정을 내리는 혁신가·얼리어답터들입니다.
- 아이폰을 사려고 여섯 시간 줄을 선 사람들
- 평면 TV가 막 나왔을 때 4만 달러를 쓴 사람들
시넥은 이들이 그렇게 한 이유가 기술이 좋아서 가 아니라고 짚습니다. 자기들이 세상에 대해 믿는 바를 행동으로 증명하려고 한 거죠. 맨 처음이고 싶었다는 것 그 자체가 이유였다고 합니다.
반대의 예가 TiVo 입니다. 라이브 TV 일시정지·광고 건너뛰기·시청 습관 학습까지, 시넥의 표현으로는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시장 최고의 품질 이었고, 자금도 시장 조건도 다 받쳐 줬는데도 상업적으로 실패했습니다.
TiVo가 한 말이 무엇 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 "라이브 TV를 일시정지하고, 광고를 건너뛰고, 당신의 시청 습관을 기억합니다." 회의적인 다수의 반응은 "안 믿는다, 필요 없다, 무섭다" 였습니다.
만약 TiVo가 "삶의 모든 면을 직접 통제하고 싶은 분이라면, 우리가 만든 게 바로 그런 제품입니다"라고 시작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시넥은 상상합니다.
자리에 있는 사람과 이끄는 사람
강연을 마치며 시넥은 리더(leader) 와 이끄는 사람(those who lead) 을 가릅니다.
리더는 권력이나 권위의 자리에 앉은 사람입니다. 반대로 이끄는 사람 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 또렷이 알고, 그 믿음을 말로 풀어 주변에 영감을 주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끄는 사람 을 따릅니다 — 따라야 해서가 아니라, 따르고 싶어서.
그래서 사람을 모으는 일이든, 채용이든, 제품을 파는 일이든 — 시작은 왜 입니다. 같은 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같은 것을 믿는다고 말하는 일에서 시작한다는 거죠.
참고 자료
- 원문: Simon Sinek: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 — TED (YouTube)
- 책: Start With Why (Simon Sinek, 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