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오토파지(Autophagy) - 세포의 자가 포식

굶거나 운동하면 세포가 망가진 미토콘드리아와 단백질 찌꺼기를 스스로 먹어 치웁니다. 이 '오토파지'가 노화를 늦추죠. 2016년 노벨상이 증명한 이 청소 스위치를 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값비싼 약이 아니라 간헐적 단식과 운동입니다.

건강·장수 정보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닥터딩요'가 오토파지 하나만 33분에 걸쳐 풀어낸 영상이 있습니다. 발견의 역사부터 생활에서 켜는 법, 약과 영양제까지 한 번에 짚는데 비유가 쉽습니다. 그 설명을 따라가되, 수치와 고유명사는 노벨상 자료와 임상 연구로 확인해 다시 정리했습니다.

토르와 앰프, 몸속 두 스위치

먹으면 켜지는 성장 스위치 mTOR와 굶으면 켜지는 청소 스위치 AMPK가 시소처럼 맞물린 그림

우리 몸에는 정반대로 작동하는 두 개의 스위치가 있습니다. 하나는 mTOR, 영양이 들어오면 켜지는 성장 스위치입니다. 밥을 먹으면 켜져 근육과 조직을 짓죠. 다른 하나는 AMPK, 굶을 때 켜지는 청소 스위치입니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켜져 몸속 쓰레기를 치웁니다.

이 둘은 시소 같아서 한쪽이 켜지면 다른 쪽이 꺼집니다. 먹으면 성장 스위치가 켜지고 청소가 멈추고, 굶으면 성장 스위치가 꺼지고 청소가 돌아갑니다. 문제는 스무 살이 지나면 '성장'이 곧 '노화'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다 자란 세포가 계속 자라면 암 같은 문제로 이어지기 쉽거든요. 그래서 어른에게는 적당히 굶어 청소 스위치를 켜는 일이 노화를 늦추는 길이 됩니다.

오토파지가 먹어 치우는 핵폐기물

세포 공장에 쌓이는 쓰레기 — 잘못 접힌 단백질과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그린 그림

오토파지(자가포식)는 말 그대로 세포가 제 몸의 일부를 먹는 현상입니다. 굶어서 에너지가 부족하면 세포는 안에서 가장 망가진 부품부터 분해해 다시 에너지로 씁니다. 그런데 이때 먹어 치우는 대상이 공교롭게도 노화의 주범입니다.

대표적인 게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 속 발전소인데, 산소를 쓰는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새어 나옵니다. 정상이면 산소 100개 중 한 개꼴이라 큰 탈이 없지만, 발전소가 고장 나면 활성산소를 무더기로 뿜죠. 영상은 이걸 '핵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에 빗댑니다. 과장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세포를 망가뜨리는 물질이거든요. 오토파지는 이 고장 난 발전소와, 잘못 접혀 뇌에 쌓이면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 찌꺼기를 함께 청소합니다.

노벨상을 혼자 받은 오스미 교수

2010~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표에서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가 표시된 모습

오토파지가 우리 몸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는 걸 증명한 사람이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입니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죠. 노벨상은 한 부문에 최대 세 명까지 공동 수상할 수 있고 보통은 그 정원을 다 채웁니다. 그런데 오스미 교수는 단독 수상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었다는 뜻입니다.

사실 '오토파지'라는 말은 1963년 크리스티앙 드뒤브가 먼저 붙였고, 세포 안에 그런 청소 작용이 있으리라는 추측도 그때부터 있었습니다. 다만 너무 빨리 일어나 사라지는 탓에 수십 년간 아무도 그 장면을 직접 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효모를 굶겨 오토파지를 눈으로 봤다

1992년 효모 액포에서 오토파지를 처음 관찰한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 그림

오스미 교수는 1988년 효모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다 세포의 핵과 DNA만 들여다볼 때,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세포질을 팠죠. 방법이 영리했습니다. 효모에서 소화 효소를 없애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뒤 굶겼습니다. 그러자 평소엔 곧바로 분해돼 사라지던 청소 주머니가 분해되지 못한 채 세포 안에 차오르며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1992년, 인류가 오토파지를 현미경으로 처음 확인한 순간입니다.

다음 과제는 '무슨 유전자가 이걸 켜는가'였습니다. 3만 8천 마리의 효모 유전자를 하나씩 고장 내 확인하려니 끝이 없었는데, 학생 츠카다 미키가 낸 아이디어가 길을 텄습니다. 굶겨서 빨리 죽는 효모가 곧 오토파지가 고장 난 효모라는 발상이었죠. 그렇게 추려낸 효모에서 첫 유전자(APG1)를 찾았고, 줄줄이 15개의 ATG 유전자를 밝혀냈습니다. 오토파지를 직접 관찰한 것과 그 유전자를 찾아낸 것, 이 두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스터섬 흙에서 나온 라파마이신

이스터섬(라파누이) 흙에서 발견된 라파마이신을 설명하는 그림

성장 스위치에 'TOR'라는 이름이 붙은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남태평양 외딴 섬 이스터섬(원주민 말로 라파누이)의 흙에서 한 항생물질이 발견됐는데, 섬 이름을 따 라파마이신이라 불렀습니다. 이 물질이 곰팡이를 죽이는 원리가 '성장 스위치를 꺼버리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 스위치에 '라파마이신의 표적(Target Of Rapamycin)', 줄여서 TOR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오스미 연구팀은 효모에 영양을 충분히 주면서 라파마이신을 함께 넣어봤습니다. 영양이 많으면 오토파지가 일어날 이유가 없는데도 청소가 시작됐죠. TOR를 꺼버리니 오토파지가 켜진 겁니다. '먹으면 TOR가 켜져 청소가 멈추고, 굶으면 TOR가 꺼져 청소가 돌아간다'는 그림이 이렇게 맞춰졌습니다.

16대 8이 국룰이 된 이유

공복 0~24시간 동안 mTOR 억제와 AMPK 활성화가 오토파지에 기여하는 곡선 그래프

굶으면 청소가 어떻게 켜지는지는 시간 순서가 있습니다. 약 4시간이 지나 영양 신호가 빠지면 성장 스위치가 꺼지며 오토파지가 약하게 시작됩니다. 12시간을 넘기면 청소 스위치 AMPK가 본격적으로 켜지면서 오토파지가 강해지고, 24시간 무렵 최고조에 이릅니다.

그렇다고 오래 굶을수록 좋은 건 아닙니다. 오토파지가 지나치게 세지면 세포가 멀쩡한 제 살까지 먹어 죽고, 암세포는 오히려 오토파지를 방패 삼아 버팁니다. 그래서 이점은 살리고 부작용은 피하는 절충점이 16시간 공복·8시간 식사, 흔히 말하는 '16대 8'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굶지 않고 한 달에 5일만 열량을 줄이는 단식 모방 식단(FMD)도 나왔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생물학적 나이를 약 2.5년 되돌렸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가장 확실한 건 운동

근력 운동도 오토파지를 강하게 유발한다는 설명이 붙은 운동 장면

오토파지를 켜는 확실한 방법은 두 가지, 간헐적 단식과 운동입니다. 그중 영상이 거듭 강조하는 건 운동이죠. 보통 성장 스위치와 청소 스위치는 한쪽이 켜지면 다른 쪽이 꺼지지만, 운동은 예외적으로 둘 다 강하게 자극합니다. 짓고 부수기를 빠르게 반복하니 운동하는 사람의 세포는 늘 새것에 가깝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망가진 미토콘드리아 청소(미토파지)가 활발하고, 고강도 인터벌(HIIT)은 오토파지 관련 임상 근거가 가장 많습니다. 근력 운동도 젖산이 성장 스위치를 눌러 청소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죠(다만 근력 운동은 본래 mTOR를 켜 근육을 키우는 쪽이라, 효과는 종류와 시점에 따라 갈립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과 저탄수·저단백 식단은 노년층이 함부로 따라 하면 안 됩니다. 60살이 넘으면 노화보다 근감소가 더 위험하고, 성장기 청소년·임산부·섭식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굶어서 얻는 항노화는 비만이나 대사질환이 있는 건강한 성인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약과 영양제로도 될까

유롤리틴 A를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만 골라 고치는 정밀 배터리 수리공으로 비유한 그림

생활습관 말고 약으로 오토파지를 켜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첫째는 라파마이신입니다. 성장 스위치 TOR를 강하게 꺼 오토파지를 켜는, 오토파지를 위해 태어난 듯한 약이죠. 쥐 실험에서는 수명이 꾸준히 늘었습니다. 다만 '사람으로 치면 200살'은 과장입니다. 여러 실험실에서 확인된 쥐의 수명 연장은 중앙값 기준 9~14% 정도고, 사람에서 수명이 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오히려 사람에게는 면역억제제로 작용하고 혈당을 올리는 부작용이 있어, 자가실험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존슨도 결국 복용을 멈췄습니다.

둘째 메트포르민은 당뇨약입니다. 청소 스위치 AMPK를 부드럽게 켜죠. 당뇨 환자가 이 약을 먹으면 더 오래 산다는 관찰이 있지만, 당뇨가 없는 사람에게도 그런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대규모 임상시험 TAME가 이를 확인하는 중입니다).

셋째 유롤리틴 A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와 있습니다. 망가진 미토콘드리아 청소만 콕 집어 돕는데, 석류 같은 음식 속 성분을 장내 미생물이 바꿔 만듭니다. 이 미생물이 없는 사람도 많아 음식만으로는 복불복이죠. 고령자의 근력과 지구력을 끌어올렸다는 사람 연구가 있어, 셋 중에서는 가장 결과가 좋은 편입니다.

약보다 운동과 공복이 먼저다

라이프스타일을 기초공사, 보조제를 유지보수, 표적 신약을 정밀치료로 나눈 3단 피라미드 그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오토파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공짜인 방법은 운동, 그리고 해도 되는 사람에 한해 16대 8 간헐적 단식입니다. 약과 영양제는 아직 '가능성'의 영역이고, 정작 현대 의학이 공들이는 건 수명 연장보다 암·파킨슨병·신부전 치료에 오토파지를 끌어 쓰는 쪽입니다.

흥미로운 건 오스미 교수 본인은 항노화에 관심이 없는 기초과학자였다는 점입니다. 그저 세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 발견이 수많은 사람의 식단과 운동 습관을 바꾸고 있는 셈이죠. 거창한 영양제를 들이기 전에, 오늘 한 끼 사이를 조금 더 비우고 한 번 더 걷는 것. 그게 노벨상이 가리키는 가장 단순한 답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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